[이대근칼럼]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이대근칼럼]우리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2161927555&code=990339 지난해 8월1일 동작대교에서 19세 소녀가 투신했다. "고시원비도 밀리고 너무 힘들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이혼한 부모와 헤어져 혼자 살던 소녀는 고교 졸업 후 식당일을 했다. 소녀가 투신한 지 한 달여 지난 9월6일엔 여의도 공원에서 50대 남성이 나무에 목을 맸다. 그 자리엔 빈 소주병 하나, 그리고 유서 넉 장이 있었다. 한동안 날품을 팔지 못한 그는 유서에 자신이 죽으면 장애아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적었다. 그로부터 엿새째 되던 날 창원 마창대교에서 40대 남성이 난간을 붙잡고 버티던 11살짜리 아들을 떠밀었다. 곧 그도 뛰어내렸다. 아내를 위암으로 잃고, 대리운전으로 살아온 날의 끝이었다. 다시 한 달쯤 지난 10월19일 전주의 한 주택에서 30대 주부와 두 아이가 살해됐다. 남편은 집 가까운 곳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2개월 전 실직했고 월세와 아이들의 학원비가 밀려 있었다. 해가 바뀌고 나흘째 되는 날 서울 하월곡동 지하방. 60대 부부가 기초생활수급비 43만원으로 생활할 수 없다며 연탄을 피워 자살했다. 그로부터 아흐레 뒤 평택 주택가 차안에서 30대 남성이 자살했다. 쌍용차 구조조정 때 희망퇴직했던 이다. 안산·거제를 전전했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했고 아내는 떠났다. 그에겐 어린 두 아이가 남았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안양의 한 월셋방. 가스가 끊겼고 수건이 얼어붙어 있었다.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은 없었다. 그곳에 젊은 여성의 주검이 있었다.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쪽지를 이웃집에 붙여 놓은 지 며칠 지난 뒤의 일이다. 다시 열흘이 흘러 강릉의 한 원룸. 대학생이 번개탄을 피워 놓고 죽었다. 방에는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