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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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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에서 떨어진 비둘기 한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거의 성체가 된 오로로(오로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비둘기는 성장이 무척이나 빠릅니다.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듯 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기에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부러진 다리에 부목을 대어 고정을 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가 어떻게 부러졌는지 알아내어 바르게 고정시켜주는 법은 알지 못합니다. 비둘기를 구조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자연은 이렇게 부상당한 아기 새에게 죽음을 처방합니다. 아기새의 죽음은 고양이나 유기견의 먹이가 될 것이고, 나머지 사체는 다른 생명의 영양분이 될 것이기에 자연은 냉정하게 죽음의 처방을 내립니다. 부상당한 비둘기를 발견하고 저와 함께 있던 아내는 냉정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구조라는 처방을 내립니다. 아내와 함께 데리고 온 오로로는 이제 제법 컷고, 쩔둑거리기는 하지만 나름 걷기도 합니다. 어제부터는 아내와 함께 나는 연습을 시켜주었습니다. 다음 주 안에 오로로를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의 이 구조 행위는 자연의 법칙에 반하는 것일까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비둘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도시라는 환경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비둘기는 과연 자연에 속한 생물일까요? 비록 같은 환경 안에서 따로 살고는 있지만 우리는 비둘기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요? 몇 년전 읽은 책에서 한 생물학자가 숲에서 발견한 골프공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이 골프공은 자연의 일부일까, 아니면 인공물이 자연에 침범한 것일까? 그 생물학자는 골프공이 자연에 떨어져있다면 그것은 또한 자연의 일부다. 자연은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행위들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라는 판단을 하고 자연 속에 있던 골프공을 들고나오지 않고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놓고 나옵니다. 저와 아내는 다른 판단을 합니다. 비둘기를 구조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합니다. 자...